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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형제, 이한울의 일상

콜미리형제 2025. 11. 19. 09:57

주님의 형제, 이한울의 일상

1. 바벨탑 해체 (Tower Deconstruction)

이한울은 15년간 쌓아온 커리어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다. 승진, 인정, "교회 안에서의 모범"이라는 타이틀—그 모든 것이 한 번의 조직 개편으로 사라졌다.

"내가 이룬 것들이 다 무슨 의미였지?"

그는 분노하지 않았다. 다만 텅 빈 느낌이었다. 그가 붙잡고 있던 것은 성과가 아니라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정의였다. 그것이 제거되자,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했는지 보게 되었다.

"주님, 저는... 제가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2. 멜팅 (Melting, 용융화)

직장을 잃고 석 달이 지났다. 이한울은 아침마다 기도하려 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형식적이었다. 성경을 펴도 글자만 보일 뿐이었다.

그는 자기 확신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나는 믿음이 있는 사람이다"—녹았다.
"나는 옳은 신학을 가진 사람이다"—녹았다.
"나는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이다"—녹았다.

어느 날, 그는 울었다. 이유도 모른 채. 그저 형태가 사라지는 시간이었다.

"주님, 저는... 이제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순간, 그는 이상한 평안을 느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구나."


3. 호버링 (Hovering, 임재적 체류)

몇 주 동안, 이한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구직 활동도 멈췄다. 교회 봉사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는 그냥 창밖을 보거나, 산책을 하거나, 때로는 성경을 펴고 한 구절을 하루 종일 읽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창세기 1:1-2)

"아, 이게 지금 제 상태구나."

그는 깨달았다. 이 시기는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품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성령께서 그의 혼돈 위를 운행하고 계셨다.

"주님, 저는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만드실지."


4. 캐스팅 (Casting, 새 틀 부여)

어느 날, 이한울은 우연히 동네 도서관에서 한 중학생을 만났다. 아이는 수학 문제를 붙들고 끙끙거리고 있었다.

"혹시 도와줄까?"

그는 그저 지나가듯 물었다. 그런데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한 시간 동안 그는 아이에게 수학을 가르쳤다. 그리고 아이가 "아!" 하며 이해하는 순간, 이한울의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움직였다.

"이게... 내가 할 일인가?"

그는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만들어지고 있었다.

다음 주부터 그는 도서관에서 무료 수학 과외를 시작했다. 커리어 회복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


5. 슈르드니스 (Shrewdness, 성령 반응력)

몇 달 후, 이한울은 더 이상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는 반응했다.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면, 즉시 응답했다.
성경 구절 하나가 마음에 떠오르면, 그대로 묵상했다.
"이 사람을 만나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연락했다.

그의 삶은 결심이 아니라 자발성으로 움직였다.
노력이 아니라 반응으로 흘렀다.

어느 날, 한 학부모가 그에게 물었다.
"선생님, 어떻게 그렇게 아이들 마음을 잘 아세요?"

이한울은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몰라요. 그냥... 생명이 한 걸음 앞서 걷는 것 같아요."


6. 파손 (Broken Vessel, 깨짐 경험)

그러나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어느 날, 한 학생의 부모가 이한울을 비난했다.
"자격증도 없는 사람이 감히 우리 아이를 가르쳐?"

그 말은 그의 가슴에 금을 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정말 쓸모없는 사람인가?"

그는 다시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아, 이건 실패가 아니라... 하중 테스트구나."

그는 그 깨짐을 숨기지 않았다. 그 학부모에게 조용히 말했다.
"맞아요. 저는 자격증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진 것은 드리고 싶었어요. 부족하다면 죄송합니다."

그 학부모는 잠시 침묵했다가, 고개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예민했네요."


7. 골드 웰딩 (Gold Welding, 금 접합)

시간이 흐르며, 이한울은 자신의 깨진 자리들이 빛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가 실패했던 경험들, 무너졌던 순간들, 약했던 고백들이
이제는 학생들과 연결되는 통로가 되었다.

한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이랑 달라요. 선생님은... 저를 이해해주는 것 같아요."

이한울은 웃었다.
"그건 내가 강해서가 아니라, 내가 약했기 때문이야."

하나님은 그를 교체하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그의 상처를 금으로 접합하셨다.

그리고 그 금빛 선은, 이제 기능의 기초가 되었다.


8. 피드백 (Feedback, 재평가·재진입)

어느 주말, 이한울은 다시 한 번 혼란을 느꼈다.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아니면 또 다른 바벨탑을 쌓고 있는 건가?"

그는 기도했다.
"주님, 제가 어디로 돌아가야 합니까?"

그리고 그는 느꼈다.

"네 틀은 이미 굳어졌다. 이제는 반응하라."

그는 5번(슈르드니스)으로 돌아갔다.
다시 듣고, 다시 반응하고, 다시 따라가기 시작했다.


에필로그: 순환하는 생명

이한울의 삶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계속 해체되고, 용해되고, 임재 받고, 성형되고, 반응하고, 깨지고, 금으로 접합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패배가 아니었다.

그것은 생명의 순환이었다.

그는 이제 알았다.

자충수의 바벨탑은 불신자에게는 자멸의 끝이지만,
주님의 형제에게는 해체 공정의 시작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해체 너머에는,
금빛으로 접합된 새 생명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상처가 기능의 기초가 된다."